매니저가 다시 보는 일곱 자리
의료기기·소모품·SaaS 영업 매니저를 위한 클로징 직전 체크리스트
현장에서 10년 넘게 의료영업을 하다 보면 가장 답답한 순간이 있습니다. 분명히 OK가 떨어졌는데 도장만 안 찍히는 그 며칠. 베테랑 매니저들은 이 구간에서 "계약 전 30분 점검"이라는 자기만의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있습니다.
대부분의 클로징 실패는 가격이나 제품 때문이 아닙니다. 사소한 절차 누락, 결재 라인 한 명 빠뜨림, 납기·설치 일정 모호함 같은 운영 디테일에서 깨집니다. 오늘은 그 일곱 자리를 정리합니다.
결재 라인 마지막 한 명을 다시 확인한다
원장님이 OK 했다고 끝이 아닙니다. 종합병원은 구매팀장 → 행정원장 → 이사장으로 결재가 올라가는 구조가 흔하고, 개인병원도 실장님이나 부원장이 도장을 막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. 베테랑 매니저는 견적 보내기 전에 "이번 건 최종 결재 누구까지 올라가나요?"를 반드시 묻습니다.
병원 규모별 평균 결재 단수는 개인의원 2단, 중소병원 3~4단, 종합병원 5단 이상입니다. 단계마다 평균 1~2일이 추가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알고 들어가야 일정 약속이 흔들리지 않습니다.
견적서 항목을 한 줄씩 다시 읽는다
계약 직전에 가장 자주 터지는 게 견적서 오타와 누락입니다. 모델명 끝자리, VAT 별도/포함 표기, 무상 보증 개월수, 소모품 단가까지 한 줄씩 큰소리로 읽어보세요.
- ✓ 모델명·시리얼·옵션 코드가 카탈로그와 일치하는가
- ✓ 설치비·운반비·교육비가 별도/포함 명시되어 있는가
- ✓ 무상 보증 기간과 출장비 부담 주체가 적혔는가
- ✓ 지급 조건(선금·잔금·세금계산서 일자)이 합의됐는가
- ✓ 소모품 단가표가 첨부됐는가(누락 시 재계약 분쟁)
"빨리 갖다 드릴게요"는 신뢰를 깎는 말입니다. 본사 재고, 통관, 설치 엔지니어 일정까지 역산해서 예상 입고일·설치일·교육일을 날짜로 적어주세요.
의료기기는 보통 발주 후 영업일 기준 7~21일이 평균이고, CT·MRI 같은 대형 장비는 60~90일이 기본입니다. 병원 인테리어 일정과 맞물리면 단 하루 차이로 오픈이 밀리기 때문에, 클로징 직전 설치 엔지니어 캘린더를 한 번 더 확인하세요.
인허가·서류 패키지를 미리 묶어둔다
병원 행정실은 도장을 찍기 전에 반드시 제조허가서, 수입신고필증, 의료기기 등급, 의료기기 광고심의, 임상시험 결과지 같은 서류를 요구합니다. 이걸 계약일에 부랴부랴 찾으면 최소 하루는 지연됩니다.
서류는 USB 한 개에 통째로 정리해서 들고 다니는 게 베테랑들의 습관입니다.
막판 경쟁사 견적이 들어올 가능성을 차단한다
계약 직전 며칠은 경쟁사도 정보를 잡고 들어오는 시기입니다. "이번 주 안에 마무리"라는 합의를 받아두고, 그 사이 가격을 1~2% 더 깎아주는 식의 마지막 카드를 미리 준비해두세요.
"원장님, 다음 주 화요일까지 도장 받아주시면 설치 엔지니어 일정 미리 잡아두고, 첫 6개월 정기점검을 무상으로 묶어드리겠습니다."
— 클로징 멘트는 이렇게 일정·혜택·기한이 한 문장에 들어가야 합니다.
계약 직후 7일을 미리 설계한다
도장을 받으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. 입고 D-day, 설치 당일, 교육 후 1주일 이렇게 세 번의 접점을 미리 캘린더에 박아두세요. 신규 거래처가 단골이 되는지 한 번 쓰고 끝나는지는 이 7일에 결정됩니다.
간호사·실장님 교육 일정을 별도로 잡고, 설치 1주일 후 "불편하신 점 없으세요?" 전화 한 통이 다음 견적을 만듭니다. 베테랑은 이걸 자기 일정표에 "AS 콜 D+7"이라고 적어둡니다.
계약서 도장 직전, 한 번 더 침묵한다
마지막 한 자리는 매니저 자신입니다. 도장 직전 30초의 침묵이 의외로 강한 신뢰를 줍니다. 말을 더 보태려고 하지 말고, 원장님이 마지막 한 마디를 꺼낼 시간을 주세요.
이 침묵에서 종종 "아 참, 그 부분도 좀 봐주세요" 같은 진짜 요구가 나옵니다. 그걸 잡아내서 마지막에 한 번 더 반영해주면, 그 병원은 다음 견적부터 매니저를 먼저 찾습니다. 클로징은 도장이 아니라 다음 거래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.